*평생습관으로 가져가면 좋을 활동은 무엇인가요?
매일 실천할 수 있는 활동 중에서 세 가지를 추천합니다. 첫째는 ‘내 인간관계 지도’ 그려보기예요. 지금 내가 맺고 있는 관계를 떠올려보고, 각 관계에서 무엇을 얻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어떤 관계는 웃음과 즐거움을 주고, 또 어떤 관계는 깊은 신뢰와 안정감을 줍니다. “나는 관계에서 무엇을 얻고 있나? 만족스러운가? 나는 상대방에게 무엇을 주고 있나?”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관계를 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는 오랫동안 연락이 뜸했던 관계를 다시 ‘활성화’해 보는 거예요. 오랜만에 연락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15초만 투자해 메시지를 보내보세요. “잘 지내죠? 문득 생각나서 연락해요” 같은 짧은 메시지 하나가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답니다. 사회적 체력, 즉 인맥 관리는 근육을 키우는 것처럼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해요. 아무리 끈끈한 우정도 방치하면 시들어버립니다. 그러니 매일, 혹은 매주 작은 실천을 통해 관계에 숨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인맥 텃밭’ 일구기인데요.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싶다면, 자신이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활동을 다른 사람과 함께해 보세요. 남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큰 보람을 느낄 뿐만 아니라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회적 교류나 활동이 적고, 상호작용이 힘든 내향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외향적 사람들보다 덜 행복할 수밖에 없는 걸까요?
내향적인 성격이라고 해서 불행하다거나 덜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내향형 사람들도 인간관계를 필요로 하지만 넓고 얕은 관계보다 조용하고 깊이 있는 관계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외향적인 사람은 활기찬 모임에서 에너지를 얻지만, 내향적인 사람은 많은 사람들 속에 있으면 에너지가 소진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인간관계를 덜 소중히 여긴다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작은 울타리 안에서 한두 명과 깊고 끈끈한 관계를 맺는 걸 좋아하죠. 누구에게나 어려운 시기에 기댈 언덕이 필요합니다. 내향적인 사람에게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관계를 키우는 방법이 있는데요. 8분 정도 짧지만 따뜻한 통화를 하거나, 진심이 담긴 감사 편지를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작지만 진정성 있는 행동을 통해 내향형인 사람도 충분히 사회적 유대감을 누릴 수 있습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관계의 개념과 범위도 넓어지고 있는데요. 디지털 시대의 소셜 미디어는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그것이 우리 행복에도 영향을 줄까요?
소셜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고, 혹은 불행을 초래할 수도 있어요.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고 소통하면 더 행복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소셜 미디어를 수동적으로 ‘보기만’ 하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어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멋진 인생 사진들을 계속 들여다보다 보면 나만 소외된 것 같고 초라해져 불행해질 수 있는데요. 특히 청소년은 소셜 미디어를 수동적으로 소비할 때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더 쉽게 느낀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는지, 수동적으로 소비하는지 구분하고 현명하게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챗GPT와 같은 대화형 인공지능은 관계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대화형 AI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행복을 찾는 여정에서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요?
저도 이 질문에 대해 완벽한 답을 갖고 있진 않아요. 우리 연구팀은 현재 챗봇과 사람 간 소통, 화상 통화를 통한 디지털 소통의 차이점을 분석 중인데요. 예를 들어, 디지털 소통에서는 인간관계에 중요한 신체 언어, 표정, 제스처 같은 비언어적 요소가 많이 생략되거나 왜곡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비언어적 요소는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할 때 큰 역할을 하죠. 디지털 환경에서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이 사라지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챗GPT와 같은 대화형 AI가 정신적 웰빙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감정을 표현하거나 고민을 나눌 상대가 필요할 때 AI가 위로와 지지를 주기도 하죠. 하지만 사람과 진정한 소통을 해야만 얻는 깊은 유대감과 교감은 AI가 완전히 대체할 수 없을 겁니다. 
*관계를 튼튼하게 유지하려면 ‘집중’과 ‘알아차림’이 중요하다고 했지요. 하지만 인간의 의식은 자꾸 과거로 돌아가거나 미래로 도망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의가 쉽게 흐트러지는 환경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집중과 알아차림을 실천할 수 있을까요.
집중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핵심은 마음이 방황하는 순간을 알아차리고 다시 현재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가령 지금 이 대화를 나누는 중에 제 마음이 다른 할 일로 흘러간다면, 저는 그 순간을 인지하고 다시 대화에 집중하려고 노력합니다. 마음은 원래 방황하기 마련이지만 꾸준히 연습하면 점점 더 현재에 머무는 시간을 늘릴 수 있어요.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는 능력은 결국 우리 관계와 전반적인 행복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관계를 형성하거나 일을 할 때 WISER(Watch·Interpret·Select·Engage·Reflect) 모델을 적용해 보라고 권했습니다.
WISER 모델은 도전적이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탐색하는 데 유용한 프레임워크입니다. 이 모델을 활용하면 결론을 성급하게 내리거나 상황을 단편적으로 판단하는 오류를 피할 수 있는데요. 먼저 상황을 관찰(Watch)하고, 의미를 해석(Interpret)한 뒤, 신중하게 선택(Select)해서 대응(Engage)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경험에서 배운 점을 되돌아봅니다(Reflect). 예를 들어 누군가가 제게 상처가 되는 말을 했을 때, ‘저 사람은 일부러 나를 불편하게 하려는 거야’라고 단정 짓기 쉽죠. 하지만 WISER 모델을 적용하면 한 걸음 물러나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한 후 신중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보다 명확하게 상황을 파악한 뒤 현명한 결정을 내리게 되지요. 우리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관계도, 일도, 삶도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행복에 관한 연구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우리 모두의 웰빙과 행복, 더 나은 삶에 대한 이해는 어떻게 발전할지 궁금합니다.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는 현재 참가자들의 데이터를 추가로 수집하며 행복 연구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측면에 초점을 맞춰 연구하고 있는데요. 첫째는 팬데믹 경험이 참가자들의 삶에 미친 단기적·장기적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고, 둘째는 소셜 미디어 사용과 행복 간의 상관관계를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연구 범위를 계속 확장할 계획입니다. 웰빙을 탐구하는 새로운 방법도 적극 도입하고 있는데요. 이를테면 DNA 분석 기술을 활용해 행복의 유전적 요인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MRI 뇌 스캔 기술을 활용해 행복한 장면이나 슬픈 장면을 접했을 때 나타나는 뇌 활성화 패턴을 분석하는 연구, AI 기술을 적용해 참가자들의 인터뷰 내용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연구도 새롭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삶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우리가 내리는 선택들이 미래를 결정짓곤 한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매 순간 결정을 망설이고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며, 때로는 내 안에 고여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행복해지는 방법을 잘 알면 행복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까? 로버트 월딩거 교수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그는 행복이 ‘우연’에 기반하지만, 우리가 더 자주 행복을 마주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준비할 여지가 있다고 말한다. 지금 행복하더라도 한 시간 후 예상치 못한 불쾌한 사건으로 그 감정이 사라질 수도 있다. 이는 행복의 본질이며, 행복은 그저 오고 가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하지만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과 같은 특정 ‘조건’은 우리가 행복을 더 자주 경험하도록 돕는다. 하루 종일 행복을 느끼는 것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지만, 더 자주 느끼도록 북돋워주는 조건은 마련할 수 있다. 그러한 조건들은 내가 쓰러져도 다시 일으켜줄 기둥이 되어 삶을 지탱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해준다.((톱클래스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