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병장수하고 싶다고? '미래의 나'를 위해 '지금의 나'를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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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7-02 09:25 조회48회 댓글0건본문
건강에 대해 말하면 “워런 버핏도 콜라를 마시며 장수하는데요?” 하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건강은 어차피 타고나는 건데 왜 잔소리냐”는 이들도 있다. 반박은 어렵지 않다. 여러 연구는 그야말로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70%가 생활 습관, 30%는 유전자의 역할이라 한다. 프랑스의 노화 과학 석학 장 마르크 르메트르는 최근 연구들을 기반으로 무려 90%가 생활 습관 몫이라 한다. 질문자의 속뜻은 “어차피 하기 싫은 일인데 잔소리 듣기 싫다”에 가까울 것이다. 미래의 나를 위해 지금 조금이라도 바꾸라는 이야기가 불쾌한 것이다.
여기에 정색하고 반박할 수도 있다. 스카이다이빙 중 낙하산이 고장 난 채 착지하더라도 생존하는 이가 없지는 않다. 그렇다 해서 스카이다이빙의 표준 절차에서 낙하산을 없애는 것이 현명하리라 생각하는 이는 없다. 반대로, 의학에서는 과학적 사고방식에 기반한 증거가 노화를 느리게 하며 질병 발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삶의 방식을 자세히 알려준다. 이런 전체적 경향성을 벗어난 예외적 사례만 집중해서 반례를 드는 것은 비이성적이다.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은 그렇지 않다. 내일의 내가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지금의 쾌감을 위해 폭음하는 사람들의 심리, 30년 뒤의 질병 목록을 예상하면서도 지금 당장의 즐거움을 찾겠다는 심리의 근원을 찾아보자. 미래 자기 개념(Future Self-Continuity)이 실마리가 되는데, 사람들이 미래의 자신을 현재의 자신과 얼마나 연속적이고 밀접하게 느끼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사람은 미래의 ‘나’를 다른 사람처럼 인식하여, 현재의 결정에서 미래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철학자 데릭 파핏(Parfit)의 지적처럼, 미래의 나를 낯선 타인처럼 느낀다면 현재 내가 그를 위해 애쓸 동기가 떨어진다. 신경과학적 연구에서는 이러한 메커니즘이 뇌 수준에서 관찰된다. 뇌를 촬영한 한 연구에서, 현재의 나에 대해 생각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미래의 나를 생각할 때는 활성이 감소하여 타인을 생각할 때와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더욱이 개인마다 현재 자기에 비해 미래 자기 관련 정보에 보이는 뇌 활성 차이가 큰 사람일수록, 미래 보상을 더 크게 할인하여 즉각적 보상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았다.
왜 인간의 뇌는 미래의 나에게 이렇게 매정하도록 진화했을까? 진화심리학자들은 그 답을 인류의 환경 변화에서 찾는다. 인류가 진화해 온 20만년의 대부분 동안 미래는 매우 불확실했고 장기적인 보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예를 들어 원시 인류에게 1년 후의 풍요를 위해 눈앞의 음식을 저장해 두라는 조언은 터무니없었을 것이다. 내일 맹수가 덤벼들지, 다음 달 가뭄이 들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자연선택은 지금 당장 얻을 수 있는 확실한 이익을 우선하도록 우리를 진화시켰다. 우리의 의사 결정에는 즉각적 만족과 장기적 보상의 줄다리기가 있다. 맛있는 디저트를 눈앞에 두고 건강을 생각하는 상황이나, 월급을 받자마자 소비하고 싶은 욕구와 노후 대비 저축 사이에서 고민하는 상황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래 보상의 가치를 깎는 경향을 ‘시간적 할인’이라 부르는데, 이는 종종 현재의 즐거움을 과도하게 중시하는 현재 편향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지금 당장 받을 수 있는 100만원과 한 달 뒤에 받을 110만원 중 많은 사람이 즉각적인 100만원을 선택하지만, 둘 다 미래(1년 뒤 100만원 vs. 1년 1개월 뒤 110만원)라면 기꺼이 한 달을 기다리겠다고 한다. 이런 시간 할인율은 선형적이지 않고 현재에 가까울수록 훨씬 급격히 떨어지는 쌍곡선 할인(hyperbolic discounting) 형태를 띤다. 눈앞의 보상은 실제 가치보다 과대평가되고 먼 미래의 보상은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생겨난다. 이러한 즉각적 쾌락 대 지연된 보상의 충돌은 건강 행동과 재정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루트칙 박사(Abraham M Rutchick) 팀은 미래 자기를 얼마나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지와 건강 관련 행동의 관계를 직접 실험으로 검증했다. 참가자들의 현재-미래 자기 유사성을 자기 보고로 측정한 결과, 연속성이 높은 사람들이 다양한 척도에서 주관적으로 더 좋은 건강 상태를 보고했고 생활에서도 건강한 습관을 더 갖는 경향이 있었다. 미래를 등한시하고 충동적으로 사는 사람일수록 비만, 흡연, 약물 남용 등 건강을 해치는 행동을 더 많이 하는 경향성이 확인된다. 미래의 가치를 심하게 깎는 이들은 5년 내 사망할 가능성도 높았다. 인간의 본능이 이렇다 보니, 연구자들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미래의 자신과 좀 더 친해지도록 만들 수 있을지 연구한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한 실험에서는 대학생들에게 가상현실(VR) 기술로 70대 노인이 된 자기 모습을 마주하게 했고, 이 경험 후 학생들은 더 많은 금액을 노후 대비용 연금 계좌에 넣겠다고 했다. 미래의 나를 남이 아니라 현재의 나와 연속선상에 있는 같은 사람이라 느끼면 행동 변화가 유도된 것이다. 대학생들에게 20년 후의 자신에게 편지를 쓰게 하는 과제를 주어 인위적으로 미래 자기와 연결감을 높였더니, 이후 2주 동안 운동을 더 많이 실천하는 것을 관찰한 연구도 있다. 미래의 자신을 더욱 현실적이고 가깝게 느끼게 해주는 간단한 개입만으로도 건강 행동에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또 다른 연구들은 식습관 분야에서 유사한 결과를 시사하는데, 예를 들어 음식 선택 직전에 장기적인 건강 결과를 상기시켰을 때 참가자들은 평소보다 칼로리가 낮고 영양가 높은 식품을 선택하는 비율이 상승했고, 결정 시간도 빨라져 망설임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다. 반면 즉각적인 맛 등의 단기 가치만 생각하도록 유도된 경우는 건강에 나쁜 음식으로 기울기 쉬웠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기적인 현재의 나와 희생당하는 미래의 나 사이의 줄다리기에서 실패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지만, 연구들은 미래의 나를 ‘나’로 받아들이는 연습만으로도 행동이 변화하고 삶이 개선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발 물러나 생각해 보면 미래의 나란 그저 지금의 내가 만든 결과물이다. 어색하고 낯선 미래의 나를 존중하고 아껴줄수록 머지않아 나는 더 나은 삶을 돌려받을 것이다.(조선일보발췌)
여기에 정색하고 반박할 수도 있다. 스카이다이빙 중 낙하산이 고장 난 채 착지하더라도 생존하는 이가 없지는 않다. 그렇다 해서 스카이다이빙의 표준 절차에서 낙하산을 없애는 것이 현명하리라 생각하는 이는 없다. 반대로, 의학에서는 과학적 사고방식에 기반한 증거가 노화를 느리게 하며 질병 발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삶의 방식을 자세히 알려준다. 이런 전체적 경향성을 벗어난 예외적 사례만 집중해서 반례를 드는 것은 비이성적이다.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은 그렇지 않다. 내일의 내가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지금의 쾌감을 위해 폭음하는 사람들의 심리, 30년 뒤의 질병 목록을 예상하면서도 지금 당장의 즐거움을 찾겠다는 심리의 근원을 찾아보자. 미래 자기 개념(Future Self-Continuity)이 실마리가 되는데, 사람들이 미래의 자신을 현재의 자신과 얼마나 연속적이고 밀접하게 느끼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사람은 미래의 ‘나’를 다른 사람처럼 인식하여, 현재의 결정에서 미래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철학자 데릭 파핏(Parfit)의 지적처럼, 미래의 나를 낯선 타인처럼 느낀다면 현재 내가 그를 위해 애쓸 동기가 떨어진다. 신경과학적 연구에서는 이러한 메커니즘이 뇌 수준에서 관찰된다. 뇌를 촬영한 한 연구에서, 현재의 나에 대해 생각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미래의 나를 생각할 때는 활성이 감소하여 타인을 생각할 때와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더욱이 개인마다 현재 자기에 비해 미래 자기 관련 정보에 보이는 뇌 활성 차이가 큰 사람일수록, 미래 보상을 더 크게 할인하여 즉각적 보상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았다.
왜 인간의 뇌는 미래의 나에게 이렇게 매정하도록 진화했을까? 진화심리학자들은 그 답을 인류의 환경 변화에서 찾는다. 인류가 진화해 온 20만년의 대부분 동안 미래는 매우 불확실했고 장기적인 보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예를 들어 원시 인류에게 1년 후의 풍요를 위해 눈앞의 음식을 저장해 두라는 조언은 터무니없었을 것이다. 내일 맹수가 덤벼들지, 다음 달 가뭄이 들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자연선택은 지금 당장 얻을 수 있는 확실한 이익을 우선하도록 우리를 진화시켰다. 우리의 의사 결정에는 즉각적 만족과 장기적 보상의 줄다리기가 있다. 맛있는 디저트를 눈앞에 두고 건강을 생각하는 상황이나, 월급을 받자마자 소비하고 싶은 욕구와 노후 대비 저축 사이에서 고민하는 상황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래 보상의 가치를 깎는 경향을 ‘시간적 할인’이라 부르는데, 이는 종종 현재의 즐거움을 과도하게 중시하는 현재 편향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지금 당장 받을 수 있는 100만원과 한 달 뒤에 받을 110만원 중 많은 사람이 즉각적인 100만원을 선택하지만, 둘 다 미래(1년 뒤 100만원 vs. 1년 1개월 뒤 110만원)라면 기꺼이 한 달을 기다리겠다고 한다. 이런 시간 할인율은 선형적이지 않고 현재에 가까울수록 훨씬 급격히 떨어지는 쌍곡선 할인(hyperbolic discounting) 형태를 띤다. 눈앞의 보상은 실제 가치보다 과대평가되고 먼 미래의 보상은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생겨난다. 이러한 즉각적 쾌락 대 지연된 보상의 충돌은 건강 행동과 재정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루트칙 박사(Abraham M Rutchick) 팀은 미래 자기를 얼마나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지와 건강 관련 행동의 관계를 직접 실험으로 검증했다. 참가자들의 현재-미래 자기 유사성을 자기 보고로 측정한 결과, 연속성이 높은 사람들이 다양한 척도에서 주관적으로 더 좋은 건강 상태를 보고했고 생활에서도 건강한 습관을 더 갖는 경향이 있었다. 미래를 등한시하고 충동적으로 사는 사람일수록 비만, 흡연, 약물 남용 등 건강을 해치는 행동을 더 많이 하는 경향성이 확인된다. 미래의 가치를 심하게 깎는 이들은 5년 내 사망할 가능성도 높았다. 인간의 본능이 이렇다 보니, 연구자들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미래의 자신과 좀 더 친해지도록 만들 수 있을지 연구한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한 실험에서는 대학생들에게 가상현실(VR) 기술로 70대 노인이 된 자기 모습을 마주하게 했고, 이 경험 후 학생들은 더 많은 금액을 노후 대비용 연금 계좌에 넣겠다고 했다. 미래의 나를 남이 아니라 현재의 나와 연속선상에 있는 같은 사람이라 느끼면 행동 변화가 유도된 것이다. 대학생들에게 20년 후의 자신에게 편지를 쓰게 하는 과제를 주어 인위적으로 미래 자기와 연결감을 높였더니, 이후 2주 동안 운동을 더 많이 실천하는 것을 관찰한 연구도 있다. 미래의 자신을 더욱 현실적이고 가깝게 느끼게 해주는 간단한 개입만으로도 건강 행동에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또 다른 연구들은 식습관 분야에서 유사한 결과를 시사하는데, 예를 들어 음식 선택 직전에 장기적인 건강 결과를 상기시켰을 때 참가자들은 평소보다 칼로리가 낮고 영양가 높은 식품을 선택하는 비율이 상승했고, 결정 시간도 빨라져 망설임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다. 반면 즉각적인 맛 등의 단기 가치만 생각하도록 유도된 경우는 건강에 나쁜 음식으로 기울기 쉬웠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기적인 현재의 나와 희생당하는 미래의 나 사이의 줄다리기에서 실패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지만, 연구들은 미래의 나를 ‘나’로 받아들이는 연습만으로도 행동이 변화하고 삶이 개선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발 물러나 생각해 보면 미래의 나란 그저 지금의 내가 만든 결과물이다. 어색하고 낯선 미래의 나를 존중하고 아껴줄수록 머지않아 나는 더 나은 삶을 돌려받을 것이다.(조선일보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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